전산구조공학회 의뢰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
“논밭으로 미끄러져 중상자는 없었을 것”
‘로컬라이저, 안전 기준 미부합’도 첫 인정

179명의 희생된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1주기인 지난달 29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전남 무안공항 로컬라이져 앞으로 유가족들이 이동하고 있다. 무안|이준헌 기자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무안국제공항에 콘크리트 소재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이 없었다면 탑승객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안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8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로부터 제출받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무안공항에 로컬라이저 둔덕이 없었을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도출됐다”고 밝혔다.
항철위는 지난해 3월 한국전산구조공학회에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이 사고에 미친 영향 등을 분석하는 용역을 의뢰했다.
학회는 기체와 활주로 등의 가상 모델에 대한 슈퍼컴퓨터 분석을 활용해 여객기와 둔덕의 충돌 시뮬레이션을 진행했고, 그 결과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더라면 사고기는 동체 착륙 후 일정 거리를 활주하고 멈춰 서 큰 충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됐다.
둔덕이 콘크리트가 아닌 ‘부서지기 쉬운’ 구조로 만들어졌다면 사고기는 공항 담장을 뚫고 근처 논밭으로 미끄러져 나갔을 것으로 분석됐지만 중상자는 없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국토부는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공항 안전 운영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도 처음으로 인정했다. 국토부는 김 의원에 최근 제출한 자료에서 “무안공항 내 로컬라이저 시설이 공항안전운영기준에 미부합했다”면서 “2020년 개량사업 당시 규정에 따라 정밀접근활주로 착륙대 종단에서 240m 이내에는 부러지기 쉽게 개선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로컬라이저는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설치돼야 한다’는 규정은 2003년 만들어져 2010년부터 시행됐다. 무한공항은 법 시행 전인 2007년 개항했지만, 로컬라이저 개량 공사가 진행된 2020년 5월부터 2024년 2월 사이에는 시설을 개선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국토부는 2024년 12월 사고 발생 직후에는 콘크리트 둔덕과 관련해 ‘법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이었으며 관련 규정을 위반한 점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김 의원은 당시 개량 공사 설계 용역 입찰공고에 ‘부서지기 쉬운 구조(Frangibility) 확보 방안 검토’ 내용이 포함됐지만, 국토부의 부실한 검증으로 실제 공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용역 착수·중간·최종보고회 발표 자료에는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을 유지하는 방안이 담겼는데, 이를 검토한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 등 관계자들이 그대로 수용했다는 비판이다.
김 의원은 “부서지기 쉽도록 지어져야 할 둔덕이 죽음의 고개가 된 실체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설계부터 부실한 개량 공사까지 관련자들에 대해 전면적으로 수사가 확대되어야 하며 국정 조사에서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